진짜진짜진짜 강추하는 Mirjana Cuic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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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트비체는 국립공원 자체가 광활하지, 주거지역은 그리 넓지 않다.
때문에 숙소를 검색해도 몇개 나오지 않는다.
그 몇개 없는 와중에도 평이 너무도 좋았던 'Mirjana Cuic' 민박집을 예약해두었다.
방 2개에 침대 3개. 우리에겐 안성맞춤인 숙소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내외가 운영하시는 이 숙소를 예약하려면 직접 이메일로 해야한다.
할머니께서 주신 명함이다. 아래에 적힌 이메일로 연락하면 된다.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다녀가는 숙소라 성수기에는 예약이 힘들수도 있다.
후기에서도 이 명함을 분명 봤을건데, 저 주소를 찍고 갔으면 헤메지 않았을 것을....
라스토케에서부터 D1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보면 Mukinje(무키네) 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숙소는 Mukinje 27이다. 이 주소를 찍고 오면 헤메지 않을거다.
라스토케에서 출발하기 전, 민박집 할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곧 출발하니 정확한 장소를 알려달라고 하고선 주의깊게 들어두었다.
영어로 천천히 얘기해주셔서 잘 듣는다고 들었는데..
결국 마을 안에 들어가서 두 갈래밖에 없는 길에서 엉뚱한 길로 가버렸다.
그래서 차를 돌려 다시 가려던 찰나,
갑자기 옆에 차 한대가 서더니 인상 좋은 할아버지께서 내 이름을 부르면서 이름이 적힌 종이를 흔들어 보였다.
낯선 마을 한복판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낯선 사람을 만났을때의 그 안도감이란!!!
나중에 어떻게 알아보셨냐고 여쭤보니(할머니를 통해서) 동양인 여자 세명이라 금방 알아보셨다고 하셨다.
위의 지도를 좀더 확대해보았다.
국립공원엔 2개의 입구가 있는데, 우리 숙소 바로 근처에 2번 입구가 있다.
숙소 바로 근처에 입구까지 난 오솔길이 있어 걸어서도 공원에 다녀올수 있으니, 위치적으로도 딱이다.
물론 우리는 차가 있으니 입구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다녀왔다.
여튼. 할아버지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집 앞에 도착했더니 할머니께서도 마중나와 계셨다.
할아버지 차 옆에 우리의 차를 주차하고 짐을 꺼내려는데
할머니께서 한국어로 '할아버지'가 꺼내줄테니 가만있으라고 계속 말리셨다.
한국인들이 하도 많이 다녀가서 '할아버지, 할머니' 등 한국어 단어를 꽤 아신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바로 앞에서 들으니까 여간 신기하지 않을수 없었다.
바로 이 건물 4층 왼쪽이 우리의 민박집이다.
4층까지 캐리어를 끌고 올라갈 걱정은 안해도 된다.
할머니는 짐도 다 할아버지가 옮길거니까 우린 먼저 올라가자고 하셨다.
할아버지 연세도 있으신데 짐 세개를 어떻게 다 올릴까 싶어
그럼 하나는 우리가 같이 들고 가겠다니까 할아버지 힘 쎄니까 괜찮다고 극구 사양하셨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도 너무나 인상좋은 웃음으로 괜찮다고 알통을 보여주신다...ㅠ
(할머니는 영어를 꽤 하시지만 할아버지는 아예 못하셔서 우리와는 눈짓 손짓으로 대화한다.)
그렇게 두번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3개의 짐을 옮기시고는 땀 닦는 시늉을 하시는데,
안쓰러우면서도 너무나 귀여우셨다.
집 현관문을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문이 하나 더 있어, 두분 내외가 지내시는 공간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안에는 이렇게 독립된 공간에 왼쪽에 2개의 방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화장실이 있다.
벽에 친절히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적어두셨다.
여담인데, 방이 2개이긴 하나 한팀 이상은 절대 안받으신다고 한다.
심지어 1명이 예약을 해도 다른 방은 비워두신다고.
어떻게 같은 공간에서 불편하게 모르는 사람을 묵게 하냐는... 할머니의 너무도 러블리한 마인드..
우리는 세명이라 두 방을 다 쓰게 되어 다행이었다.
앞쪽의 방은 큰 침대가 하나 있다.
양쪽으로 캐리어를 놓을 공간도 충분하고,
왼쪽에 보이진 않지만 장도 있어, 옷을 넣어놓을 수도 있다.
침대 위에는 수건과 타올도 하나씩 준비해 주셨다.
신혼부부들도 많이 온다고 하는데 커플에게는 딱인 방이다.
안쪽의 방은 작은 침대가 두개 있다.
각각 침대 위에는 작은 스탠드도 있고 콘센트도 있다.
왼쪽 벽에는 작은 테이블도 있어서 물건들을 주욱 늘어놓기도 했다.
우리는 셋, 방은 두개.
누가 큰 방을 혼자 쓸것이냐는 매번 가위바위보로 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방을 정하고 짐을 놓고나니
할머니께서 방 입구 문을 똑똑 두드리시더니 나와서 티 타임 하라고 부르신다.
테이블 셋팅이. 정말 기가 막힌다.
사진에서도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보니, 영국의 어느 티룸(Tea Room)에 온것만 같다.
흰색 위에 포인트를 준 빨간색의 테이블보 하며,
셋트로 맞춰진 세 잔의 찻잔과, 쿠키 접시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할아버지께서 오늘 아침 길에서 꺾어오신 꽃 장식까지!!
(매일 아침 할머니를 위해서 길에서 꽃을 꺾어와 이렇게 꽃병에 꽂아두신다고 한다...)
찻잔 옆에 있는 건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라즈베리 쨈이다.
커피/홍차와, 라즈베리 쨈과, 역시나 직접 만드신 쿠키를 먹으면서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우리가 묵는 방은 원래 아들, 딸들이 쓰던 방인데
둘다 결혼하고 나간 뒤에 그 방을 그대로 두고 민박을 하게 되었다고.
언제부턴가 한국인들이 많아지기 시작해서 요즘은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온다고.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꽤 많은 한국어를 공부하셨고, 아직도 더 알고싶어 하신다고.
심지어 한국어와, 어떻게 읽는지와, 무슨 뜻인지까지 꼼꼼하게 적어두신 노트도 보여주셨다.
영어는 어떻게 이렇게 잘하시냐니까 아직 멀었다고, 더 잘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그 연세에 이렇게 공부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너무나 대단해보였다.
그렇게 티 타임을 마치고 나면 내일 아침은 몇시에 먹을건지 물어보신다.
내일의 일정을 위해 오늘은 일찍 쉬기로 했지만,
이렇게 방에 틀어박히는건 너무 아쉬운거 같아 혼자 산책을 하러 나갔다.
할머니께선 해가 금방 지니 얼른 들어오라고 당부하신다.
밖으로 나오니 아니나다를까 벌써 해가 뉘엿뉘엿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공원으로 향하는 오솔길을 따라 좀 걸어보려 했는데...
심지어 오솔길 초입에 커다란 우리 안에 갇힌 사냥개들이 미친듯이 짖어대기에...
저러다 우리가 열려서.. 쟤들이 뛰쳐 나오기라도 하면... 난.. 여기서...
하는 끔찍한 생각이 들어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안전한 주변 아파트들을 둘러보다 보니 창밖을 보고 있던 꼬마 아이들이
날 보더니 뭐라고 뭐라고 한참을 외친다.
뭐라고 하긴 하는데 크로아티아어라... 무슨소린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아이들이 귀여웠다.
어른도 빼꼼히 나와 보길래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손짓으로 허락을 구하손 한컷 찍어봤다.
그렇게 더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들어와 쉬다가,
뭔가 물어보려고 거실에 다시 나왔는데, 할머니가 이번엔 간식먹으라며 왠 파이를 주셨다.
파이도 역시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신거다.
아마 애플파이였던걸로 기억한다.
배가 불렀지만 그래도 할머니 정성을 생각해서 한조각 먹고 밤 늦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공원 트래킹을 하기로 한 날이 밝았다.
트래킹후에 바로 자다르로 가야했기에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짐을 정리하다 보니,
아침을 먹기로 했던 8시 정각에 할머니께서 문을 노크하신다.
두둥!!!!
진짜 내 생에 다시 있을까 싶은 진정한 'Breakfast' 이다.
진짜 색감하며, 셋팅하며, 분위기까지... 진짜 완벽 그 자체였다.
살살 녹는 오믈렛, 토마토 반조각, 라즈베리 쨈, 빵과 각종 햄과 치즈, 그리고 커피/홍차까지....
이 아침식사가 포함된 이 숙소의 1박은 25유로이다.
유럽의 보통의 한인 민박집 가격과 비슷한데다 이런 영국식(미국식일까..?) 아침식사라니...
이 모든걸 약속한 시간에 정확하게 주신것에도 너무 감사했다.
이 포스팅을 이렇게 장황하게 한 이유는, 단 하나.
플리트비체를 간다면, 꼭 여기서 묵길 추천한다. (물론 예약이 가능할 경우에 말이다.)
이곳을 꼭 다시 가고 싶은 단 하나의 이유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도 물론 좋았지만, 그것보다는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이다.
처음의 티 타임이나 아침식사도 좋았지만
24시간도 안되는 짧은시간이었는데도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처럼 잘해주신 두분의 친절함이나
할머니와의 대화나, 아직도 서로 아끼시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다.
정말 너무도 인자하신 두분.
할아버지는 카메라를 들이대니까 살짝 긴장하셨다.ㅎㅎ
먼훗날 결혼해서 남편과 꼭 다시 오고싶다고 했더니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있으면 꼭 오라고 하시면서 웃으셨다.
그리고는 꼭 후기를 쓰겠노라 할머니께 약속했는데 1년이 거의 다 지난 지금에서야 쓰는게 죄송할 따름이다.
Mirjana 할머니, Rade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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