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은 공원에서 마주한 스플리트의 여명
[ 지난글 보러가기 - 아름다운 항구도시 스플리트 ]
스플리트에서의 첫날 밤.
커피를 많이 마신것도 아니고 달리 걱정이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결국 자는걸 포기하고 밤새 드라마 <시그널>을 4-5편 정도 봤더랬다.
혼자 불꺼진 방에서 이어폰 끼고 보던 시그널....
하필 과거의 김혜수가 납치되는 심장 쫄깃쫄깃해지는 장면이 있어서 이불을 꽁꽁 싸맸다. (겁 많음주의)
그렇게 밤을 꼴딱 새우고 해가 뜰 무렵, 일출이라도 볼 요량으로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아마 5시 쯤이었나. 낮에는 그렇게 꽉 차있던 그린마켓이 텅텅 비어있었다.
그와중에 이른 아침부터 출근한 부지런한 상인들을 한컷 찍어본다.
스플리트는 남쪽으로 나 있는 도시라, 사실 일출을 보기 어려운 곳이다.
그렇지만 항구 끝으로 가면 조금이나 보이겠지 싶어서 파란 선을 따라 걷다가
지도를 보니 Park Pomoraca가 언덕 바로 끝에 있길래 여기다 싶어서 무작정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을 올라가면서 뒤를 바라보니 기찻길이 보인다.
스플리트에 기차역도 있었나 싶다. 인적이 없어 그런지 마치 버려진 기찻길처럼 보였다.
이미 어둠은 걷혔지만 아직 해는 떠오르기 바로 전이라 가로등도 켜져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공원 끝에 도착한다. 마치 숨은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인적이라곤 1도 찾아볼수 없는 공원에서 이런 풍경을 마주할수 있다니..
높은 산에 가려져 해는 보기 힘들었지만 그 해가 만들어내는 빛이 너무도 환상적이었다.
마침 버려진 벤치도 하나 있어 구도를 잡아본다.
구름과 하늘, 바다가 만들어 내는 색이... 어떻게 이럴수 있지?
색이 정말 절묘하게도 당시(2016년) 팬톤 올해의 색이었던 로즈 쿼터와 세레니티 색이었다.
이만하면 내 말이 과장이 아님이 증명되겠지?
절벽 아래 바다의 모습이다.
파도가 치지 않아 그저 고요하기만 했던 에메랄드의 바다.
이걸 찍으려고 절벽 가까이의 바위로 내려갔다가 정말 끔찍한 상상을 해버렸다..
만약 여기서 발이라도 잘못 딛으면... 이런 시간에 이런 인적도 없는 곳에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떨어져서 산다고 해도.. 소리를 지를수 있다고 해도.. 아무도 모르고 그저 그대로 죽어버리겠지... 라는 끔찍한 상상을...
덕분에 양손으로 바위를 기다시피 해서 오르내렸다.
해가 점점 올라오고 있다.
거짓말 1도 안보태고, 정말 이번 여행의 TOP3 중에 꼽힐만한 장면이었다.
혼자인게 그저 아쉬웠던 순간. 같이 봐줄 사람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던 순간.
아쉽지만 이만큼 봤으니 발걸음을 옮겨본다.
공원은 이렇게 조성되어있다. 공원이 목적은 아니었으니까 바로 다시 항구로 향한다.
항구쪽으로 내려오니 하늘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다.
저 길게 뻗은 구름과 앙상한 나무 덕에 사진이 한층 예술이 되었다.
항구에서 바라본 반대편 스플리트의 모습.
아직 해가 밝아오기 전이라 칙칙한 도시의 모습을 바다가 그대로 비춰주고 있다.
해가 거의 다 올라왔을 무렵의 모습.
제대로 된 일출은 못봤지만 각양각색의 하늘을 만날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산들이 높다보니, 해가 올라올수록 빛이 이쪽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저쪽 항구부터 스며들었다.
모든 순간이 너무도 황홀하게 아름다워서 실컷 셔터를 눌렀다.
꼴딱 밤을 새고도, 생각지도 못하게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 힐링이 되었던 아침.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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