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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멜로디/영화

영화 싱글라이더, 심층분석 (강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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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대한 심층분석이므로 강스포 주의바랍니다



사실 이 글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라기 보단

내가 기억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끊임없이 생각했고

결말을 보고나서는 아........ 하면서 한참을 멍때리게 되던 영화 <싱글라이더>.

본격 스포를 해보려 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는 타즈매니아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한국의 이병헌에게로 씬이 바뀌는데, 이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이 영화가 엄청난 호흡이 필요한 영화라는 것을..


90분의 러닝타임 중에, 아마 대사있는 장면이 반도 되지 않을거다.

이런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영화는 너무 오랜만이라 일단 보는 자체가 좀 힘들었다.




그만큼 생각할 시간도 많았던 영화다.

대사가 없는 동안 이 장면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더랬다.

수많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1. 재훈(이병헌)이 다니던 증권회사가 망하고, 믿었던 사람들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우울증에 시달리며 약을 먹는다.

분명히 여기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죽어야 마땅한 씬인데?

일단 고비는 넘기고 가족들에게 가기 위해 시드니 항공권을 예매한다.


2. 그리고선 시드니 집 주소를 굳이 손등에 적고 핸드폰은 두고 집을 나선다.

오는 연락을 받기 싫어서인가?


3. 시드니에 도착해서 어찌어찌 집을 찾아간 재훈은 아내 수진(공효진)이 집안에 다른 남자와 있는 것을 목격하고 만다.

충격을 받은 재훈은 정처없이 온 동네를 헤멘다.

다음날 다시 집을 찾은 재훈은 열린 문 덕분에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게 된다.

그러다 어젯밤 마주친 할머니가 자기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저 할머니 어제 분명히 길 건너 옆 블럭 집에 있던 할머니인데? 산책 나온건가?


4. 우연찮게 식당에서 마주친 지나(안소희)가 환전을 위해 한국인들을 따라 나섰다가

아니나 다를까 돈도 뺏기고 안좋은일을 당한다.

그런데 비틀거리면서도 멀쩡히 그 집을 나와서 원래 있던 곳까지 다시 돌아왔다.

저렇게 쉽게 나올수 있었을까?

게다가 그동안 재훈은 음식도 하나 시키지 않고 식당에 앉아 있었다.


5. 다음날 다시 비어있는 집에 들어간 재훈은 가족들이 오는 소리에 몸을 숨긴다.

가족이긴 해도 몰래 집에 숨어들어 가족들을 훔쳐보는 모습이라니..

이 영화, 마치 <숨바꼭질> 같다..


6. 또 우연히 마추진 지나가 재훈에게 돈을 찾게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래서 며칠 계속 그 집을 찾으러 다니는데, 옷이 계속 똑같다.

재훈이야 짐도 없이 단벌 신사로 왔으니 그렇다 쳐도.. 얘는 좀?

그러고보니 재훈도 호주에 온지 며칠이나 됐고 제대로 씻고 자지도 못하는거 같은데 얼굴이 너무 멀쩡하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설정이 좀 과한게 아닌가 싶다.


7. 아내와 각별해 보이는 크리스를 미행하다가 마주칠 위기에 처했는데, 그냥 스쳐간다.

그리고 방황하다보니 다리 위에서 일하던 왠 노동자가 말을 걸어온다.

좀 뜬금없는 장면이라 당황스럽다.


8. 크리스가 아들 진우를 안아들고 병원으로 갔다기에 달려갔다가, 크리스와 또 마주친다.

그러나 바로 옆을 지나가도 크리스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와 비슷한 동양인을 두번이나 마주치고도 쳐다도 안본다고?


9. 병원에 누워있는 진우와 몇 마디를 나눈다.

그날밤 집에 몰래 숨어들어 진우 옆에 누워서는 '엄마랑 같이 매일매일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한다.

아니 그럼 그냥 크리스랑 이렇고 저런거 용서하고 살면 되지...? 왜...?


10. 크리스와 키스하는 모습까지도 지켜보던 재훈이, 자는 수진에게 다가가 목을 조르려 한다.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소리없이 오열하다가 방을 나서는데도 수진은 아무런 인기척도 느끼지 못한다.

모두가 이렇게 둔감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11. 다음날 경찰이 집에 찾아와 개를 잃어버리지 않았냐 묻는다.

그 다음 씬에, 보여줄게 있다면서 지나를 데리고 가는 재훈 옆으로 치치가 따라다닌다.

아 치치가 계속 재훈을 따라다녀서 그런가?


12. 문을 살펴보던 수진은 문득 한국 집에 안쪽에만 설치해둔 보조잠금장치가 생각났다.

관리소장에게 부탁해서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고,

그 다음 크리스와의 대화에서 치치가 어제 차에 치여 죽었다고 말한다.

응????? 치치 멀쩡하게 재훈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13. 그리고 다음 장면, 지나는 그날 왔던 집 뒤뜰에 묻혀있던 자신의 시체를 발견한다!!!!!

재훈은 전혀 놀라는 기색이 아니다.

그리고 수진은 관리소장으로부터 남편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치치의 죽음에 의아했던 생각이

지나의 죽음으로 확신이 되었고

재훈의 죽음은 오히려 허탈하기까지 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그렇다. 처음부터 계속 들었던 의문들이 한번에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바로 '재훈은 이미 죽은사람' 이었던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다... '알고보니 죽은사람' 이라니...

혹시 그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또 다른 스포는 자제하겠다.


지나가 자기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재훈과 얘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나는 그동안의 의문들을 하나씩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1. 수면제 과다복용. 재훈은 결국 이때 이미 죽은거였다.


2. 죽은 몸이라 맨몸으로 올 수 밖에 없었으니 손등에 써야 했을수밖에.


3. 40년동안 이 동네에서 살았다던 할머니. 사실은 할머니 역시 죽은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죽은지 40년.

그랬기에 동네 여기저기서 마주쳤고 재훈과도 얘기를 나눌수 있었던 것이다.


4. 지나는 그날 그 집에 갔을때 이미 죽은거였다.

죽기 전에는 재훈을 보지 못했는데, 죽고 나서야 재훈과 만나게 된 것이다.


5. 이미 죽은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가까이서 지켜보았는데도 아무도 보지못한 이유였다.


6. 죽은 사람들이라 죽었을때 모습 그대로였던 것이다.


7. 여기서 자살하면 벌금문다고 농담하던 노동자도 아마 높은곳에서 일하다가 떨어져 죽은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8. 쳐다도 보지 않은게 아니라, 볼수 없었던 것.


9. 나중에 엄마가 진우에게 아빠는 꿈에서 만난거일거라고 했는데, 정말 꿈이었던 거다.

그리고 '엄마랑 같이 매일매일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던 그말은,

같이 살고 싶은데 자긴 이미 죽었으니 불가능하기에 한말.


10. 수진이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것도 역시나, 재훈은 죽었기 때문.


11. 치치는 사실 재훈이 죽은사람이었기 때문에 계속 쫓아다닌거였다. 개는 귀신을 볼수 있다지 않은가.


12. 치치가 그 전날 차에 치일뻔 했다가 무사히 나왔었는데 사실 이미 그때 차에 치인거였고,

죽은 뒤에는 아예 재훈만 쫓아다니게 된거다.


13. 재훈은 자신의 죽음이 안믿겨지다가 그날 아침에야 실감이 났다고 했다.

그러고선 지나에게 지나의 시체를 보여주었으니, 당연히 놀라지 않을터였다.




이렇게 모든 생각들이 짜맞춰지고 나니 너무 소름이 돋았다.

곳곳에 떡밥이 없는 장면이 없었던거다.

이미 재훈은 초반 10분도 안되서 죽어버렸으니 그 이후의 모든 씬들이 다.... 떡밥이었던거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 재훈은 아들이 자랑했던 바로 그 섬, 타즈매니아로 떠나고 거기서 끝이 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너무도 긴 호흡이 필요했던 영화.

그에 비해 허탈한 결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적어본다.




- 기승전타즈매니아

  : 수미상관이라고 하던가. 타즈매니아로 시작해서 타즈매니아로 끝나는 연출이 기가막히다.


- 영화 <터널>의 탱이 뺨치는 치치의 매력

  : 연기로나 분량으로는 탱이한테 밀리지만 포메라니안의 매력을 무시 못한다.


- 다른건 몰라도 연기로는 못깐다는 이병헌의 연기력

  : 아내를 목 조르려는 그 장면에서 손 마저도 연기하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이다.


- 시드니 본다이비치의 이모저모

  : 실제로 시드니를 관광하는 것만큼 시드니의 이모저모를 볼수 있다.


- 바로 위의 장면

  : 수진이 하얀 원피스에 하얀 구두를 신고 오페라 하우스로 올라가는 장면의 연출이... 너무 기가막혔다.

    공효진의 하얗고 작은 실루엣이 웅장한 오페라 하우스와 새파란 하늘과 대비되어서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바로 그 장면을 올리고 싶었는데 없어서 그나마 이 사진으로 대체한게 아쉬울 따름이다.


- 타즈매니아 절벽

  : 마지막 씬에, 절벽 꼭대기에 선 재훈에게서 줌 아웃 되서 거대한 절벽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웅장함을 드론이 너무 잘 담아주었다.

    영화의 거의 전부를 시드니에 할애했는데, 그보다는 마지막 5분도 안되는 씬을 보면서 와.. 저긴 꼭 가고싶다 생각했으니.




내 의지와 선택으로 본 영화도 아니기는 했지만

어쨌든 여기에 너무 많은 호흡을 써버려서

당분간은 짧은 호흡의 영화를 많이 챙겨볼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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